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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회의는 왜 그렇게 길까

월요일 아침 회의는 왜 그렇게 길까

월요일 아침 회의는 왜 그렇게 길까 9시 30분, 시작 월요일이다. 알람이 울렸다. 주말 동안 밀린 드라마 3편 봤다. 잠은 4시간. 출근길 지하철에서 슬랙 확인했다. 금요일 오후에 올라온 메시지 37개. 다 읽지 않았다. 회사 도착. 9시 20분. 커피 뽑고 자리 앉았다. 모니터 켰다. "9시 30분 주간회의"라는 캘린더 알림이 떴다. 아직 10분 남았다. 코드 좀 보려고 했다. "회의 시작할게요~" 9시 28분이다. 아직 2분 남았는데.10시, 아직 진행 중 회의실이다. 8명 앉았다. 팀장이 화면 공유했다. 지난주 이슈 리스트. "하나씩 짚고 넘어가죠." 첫 번째 이슈. DB 인덱스 문제. 내가 금요일에 해결했다. 이미 머지했다. "아 그거요, 금요일에 끝났어요." "아~ 그렇구나. 그럼 다음." 두 번째 이슈. API 응답 속도 개선. 프론트 개발자가 말한다. "이거 백엔드에서 처리해주시면..." 내 일이다. 또. 세 번째 이슈. 기획 변경 건. "사실 이건 아직 확정은 아닌데요..." 그럼 왜 회의 안건에 올렸나. 10시 15분. 아직 안건 절반도 못 갔다. 노트북 열었다. 코드 보는 척했다. 실제로는 어제 본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 검색 중.10시 45분, 주간 계획 "자, 그럼 이번 주 각자 할 일 공유해볼까요?" 프론트 개발자부터. 3분. 디자이너. 5분. 새 컴포넌트 시스템 설명을 왜 여기서. PM. 10분. 로드맵 설명인데 내용은 지난주랑 똑같다. 내 차례. "저는 API 리팩토링이랑 성능 개선 작업 하겠습니다." 30초 만에 끝냈다. 팀장이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래요?" 구체적으로. 뭘 더. "음... 쿼리 최적화하고, 캐시 레이어 추가하고, 불필요한 API 호출 줄이는 작업이요." "소요 시간은요?" "3일?" "2일 안에 가능할까요?" 가능하면 처음부터 2일이라고 했다. "...해보겠습니다."11시 20분, 드디어 "마지막으로 공지사항 있으신 분?" 침묵. 5초. 누가 말 꺼낸다. "아 참, 다음 주 목요일 워크샵..." 11시 30분. 회의 끝났다. 2시간. 월요일 오전이 사라졌다. 자리로 돌아왔다. 슬랙 미확인 메시지 15개. 회의 중에 쌓인 거다. 메일도 8통. 점심시간까지 1시간 반. 이제 일 시작이다. 월요일 오전은 없다. 왜 길까 생각해봤다. 왜 월요일 회의는 긴가. 첫째, 주말이 있었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3일. 그 사이 모두의 맥락이 리셋됐다. 다시 싱크 맞추려면 시간이 걸린다. 둘째, 안건이 많다. 주말 동안 쌓인 것들. 금요일에 못 끝낸 것들. 월요일에 새로 생긴 것들. 전부 회의로 간다. 셋째, 사람이 많다. 8명이 앉았다. 8명이 각자 5분씩만 말해도 40분. 거기에 질의응답, 논쟁, 잡담. 2시간은 기본이다. 넷째, 명확한 결론이 없다. "일단 검토해보고..."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결론 없는 회의는 길다.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월요일 오후 점심 먹었다. 김치찌개. 사장님이 물었다. "오늘 피곤해 보이네요?" "회의했어요." "아~ 월요일." 알아준다. 오후 2시. 본격적으로 일 시작. API 리팩토링 코드 열었다. 레거시 코드다. 작성자는 2년 전 퇴사. 주석은 없다. 변수명은 a, b, c. 한숨 나왔다. 3시. 슬랙 알림. "개발님, 아까 회의에서 말씀하신 건 언제쯤 가능할까요?" 아까가 언제. 2시간짜리 회의였는데.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API 응답 속도요." "3일 정도요." "2일 안에 부탁드려요." 회의 때 들었던 말이다. 또 들었다. 4시. 코드 리뷰 요청 3개 왔다. 후배들 PR이다. 봤다. 수정 필요한 부분 7군데. 코멘트 달았다. 30분 걸렸다. 5시. 내 작업 진행률 20%. 오전에 회의 안 했으면 60%는 갔다. 월요일이 아까웠다. 다음 월요일 다음 주도 똑같다. 다다음 주도. 월요일 9시 30분이면 회의다. 팀장한테 말했다. 한 번. "회의 시간 좀 줄일 수 없을까요?" "필요한 얘기들이잖아." "그럼 안건 미리 정리해서 공유하면..." "회의에서 직접 듣는 게 낫지." 포기했다. 대신 나만의 규칙 만들었다. 월요일 오전은 원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작업은 오후부터. 일정 잡을 때도 월요일 오전은 비운다. 이미 회의가 차지하니까. 월요일 아침 회의. 왜 그렇게 긴가. 답은 간단하다. 월요일이니까. 그래도 회의 끝나고 나면 좋은 점도 있다. 일주일 계획이 정리된다. 어쨌든.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팀원들 상황도 파악된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는 조용하다. 다들 회의로 지쳐서 조용히 일한다. 슬랙도 한산하다. 이때가 집중하기 좋다. 어제 선배한테 물었다. "월요일 회의, 언제까지 이럴까요?" "글쎄. 나 입사했을 때도 그랬으니까." 선배 경력 12년이다. 12년 동안 월요일 회의. 체념했다. 월요일은 원래 그런 거다. 주말과 평일 사이. 회의로 채워지는 시간. 다음 주 월요일도 9시 30분 회의다. 캘린더에 이미 잡혀있다. 반복 일정이니까.오늘도 월요일 회의 2시간. 다음 주도 똑같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