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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 28 Dec, 2025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못 할 때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못 할 때 오늘도 단톡방만 눈팅 슬랙에 알림이 떴다. "이번 주 토요일 스프링 밋업 있는데 누구 갈 사람?" 읽었다. 답 안 했다. 작년부터 똑같은 패턴이다. 개발자 커뮤니티 단톡방이 5개다. "스프링 코리아", "백엔드 개발자 모임", "서울 개발자", 뭐 이런 것들. 가입할 땐 의욕 넘쳤다. "나도 네트워킹 해야지!" 했다. 근데 막상 밋업 공지 뜨면 그냥 넘긴다. 읽씹한다. 가끔 이모지 하나 찍는 게 전부다. 토요일 오후 2시에 강남이래. 2시면 늦잠 자고 일어나서 브런치나 먹을 시간이다. 거기서 강남까지 지하철로 40분. 밋업 끝나면 5시. 집 도착하면 7시. 계산기 두드리면서 한숨 나왔다.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 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피곤한 건 진짜다 목요일 밤 9시. 배포 끝났다. 집 도착하니까 10시 반. 씻고 누우니 11시. 핸드폰 보다가 1시. 금요일 아침 8시 알람. 눈 뜨는데 3분 걸렸다. 커피 마셔도 머리가 안 돌아간다. 오전에 PR 리뷰 5개. 점심 먹고 회의 2개. 오후엔 버그 픽스. 퇴근하니까 7시. 이 상태로 토요일 밋업? 웃긴 소리다. 사람들은 말한다. "주말인데 뭐." 주말이라서 더 쉬고 싶은 거다. 평일에 쓴 에너지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 만나서 명함 돌리고 스몰토크하는 건 에너지가 더 든다. 내향형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근데 솔직히 외향형이어도 피곤하면 못 갈 것 같다. 밋업 가는 친구한테 물어봤다. "어떻게 매주 가냐?" "그냥 가요. 가면 재밌어요." 가기 전까지가 문제라는 거다. 나도 안다. 가면 괜찮을 거라는 걸. 근데 그 "가기 전까지"를 못 이긴다.링크드인 구경만 300번 링크드인 켰다. 피드 스크롤했다. "DevFest 2024 다녀왔습니다! 좋은 분들 많이 만났어요 #networking" 사진엔 20명이 웃고 있다. 부럽다. 진짜로. 나도 저렇게 찍고 싶다. "김개발도 네트워킹 하는구나!" 하는 포스팅. 근데 현실은 집 소파다. 치킨 시켜놓고 폰 본다.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한 게 8개월 전이다. 이력서도 똑같다. 1년 전에 만든 거 그대로다. "언젠간 고쳐야지" 하는데 안 고쳐진다. 이직 준비도 마찬가지다. 알고리즘 문제 풀어야 하는데 안 푼다. "다음 주부터" 가 3개월째다. 네트워킹하면 이직도 쉽다더라. "요즘 개발자는 레퍼럴로 이직해요." 맞는 말이다. 근데 레퍼럴 받으려면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알려면 밋업을 가야 한다. 밋업 가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무한 루프다. 결국 토요일엔 집에서 유튜브 봤다. "개발자 네트워킹 방법" 영상 3개 봤다. 아이러니하다.온라인도 사실 귀찮다 "오프라인이 부담되면 온라인으로 하세요." 자기계발 아티클에서 봤다. 시도했다. 진짜로. "스프링 디스코드" 들어갔다. "자바 카톡방" 가입했다. "노션 슬랙" 찬 받았다. 3개 다 알림 껐다. 디스코드는 메시지가 너무 많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300개다. 다 읽으려면 30분 걸린다. 읽어도 맥락을 모르겠다. "아까 그 얘기인데요" 하는데 아까가 언제인지 모른다. 카톡방은 더하다. 새벽 3시에도 울린다. "이거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자고 있는데 폰이 진동한다. 알림 끄면 대화 따라가기 힘들다. 슬랙은 그나마 낫다. 근데 회사 슬랙도 있고 팀 슬랙도 있다. 거기에 커뮤니티 슬랙까지 3개. 어디서 누가 멘션했는지 헷갈린다. 결국 다 눈팅만 한다. 가끔 좋은 정보 올라오면 북마크만 한다. 북마크 폴더엔 안 읽은 링크가 247개다. 온라인 네트워킹도 에너지가 든다는 걸 깨달았다. 대화에 끼려면 맥락을 알아야 한다. 맥락 알려면 계속 봐야 한다. 계속 보려면 시간을 써야 한다. 퇴근하고 그럴 시간 없다. 회사 사람들이랑도 안 어울린다 금요일 저녁 6시. "형 회식 가시죠?" "나 먼저 갈게." 회사 동료들이랑도 안 논다. 팀 회식은 년 2번 의무참석. 그 외엔 핑계 대고 빠진다. "회사 네트워킹이라도 하세요." 선배가 그랬다. "같은 회사 사람이 나중에 다른 회사 가면 레퍼럴 해줘요." 맞는 말이다. 근데 그것도 피곤하다. 팀원 5명이랑은 매일 본다. 스탠드업 미팅에서 본다. 점심 먹을 때 본다. 커피 마실 때 본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퇴근해서까지 볼 이유를 모르겠다. 한 달에 한 번 회사 전체 회식이 있다. 100명 넘게 모인다. 인사팀에서 "네트워킹 기회입니다!" 한다. 가면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인다.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기 어렵다. 명함 주고받는 것도 어색하다. "김개발입니다. 백엔드 하고요." "아 네. 저는 프론트입니다." 이러고 끝난다. 결국 30분 있다가 집 간다. "배 아프다" 핑계 댄다. 거짓말은 아니다. 진짜 배 아프다. 스트레스로. FOMO는 있다 그래도 불안하긴 하다. "다들 네트워킹하는데 나만 안 하면?"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FOMO다. Fear of Missing Out. 알면서도 느낀다. 링크드인 보면 심해진다. 동기가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후배가 밋업 주최했다. 선배가 스타트업 창업했다. 나는? 집에서 넷플릭스 본다. 이력서는 1년째 그대로다. 가끔 생각한다. "5년 뒤에도 이럴까?" "10년 뒤엔?" 무섭다. 솔직히. 개발자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채용은 다 레퍼럴이에요." "좋은 프로젝트는 아는 사람한테 오더라고요." 맞는 말 같다. 근데 당장 내일 밋업 가라고 하면 안 갈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의 차이. 해야 하는 건 안다. 근데 못 한다. 피곤해서. 그냥 쉬고 싶다 결론은 간단하다. 쉬고 싶다. 그냥. 평일엔 회사 일로 에너지 다 쓴다. PR 리뷰하고 회의하고 코드 짠다. 9시간 집중한다. 퇴근하면 탈진 상태다. 주말까지 네트워킹하면? 쉴 시간이 없다. 월요일에 또 출근해야 한다. 그럼 언제 쉬지? "주말에 투자해야 평일이 편해져요." 누가 그랬다. 아니다. 주말에 쉬어야 평일을 버틴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배터리 0%로는 못 산다.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생산적인 거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를 회복시킨다. 다음 주를 위한 준비다. 네트워킹은 중요하다. 근데 내 건강도 중요하다. 정신 건강도 포함해서. 번아웃 오면 끝이다. 네트워킹 이전에 일을 못 한다. 우선순위가 있다.회사 일 제대로 하기 건강 챙기기 그 다음에 네트워킹지금은 2번도 제대로 못 한다. 3번은 나중 일이다. 언젠간 하겠지 포기한 건 아니다. 미룬 거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스스로 합리화한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커리어 초반엔 네트워킹보다 실력이 먼저다. 실력 없으면 네트워크 소용없다. 7년차면 이제 좀 쌓였다. 실력은. 근데 에너지는 줄었다. 아이러니하다. 주니어 때는 에너지 있었는데 자신감이 없었다. 시니어 되니까 자신감 생겼는데 에너지가 없다. 타이밍이 안 맞는다. 언젠간 갈 것 같다. 밋업. "오늘은 좀 괜찮네?" 하는 날. 기분 좋고 날씨 좋고 컨디션 좋은 날. 그런 날이 올까? 잘 모르겠다. 근데 안 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킹이 커리어의 전부는 아니니까. 조용히 일 잘하는 개발자도 있다. 나는 그쪽인 것 같다.토요일 오후 3시. 소파에서 일어났다. 밋업 시간이다. 안 갔다. 대신 커피 내려 마셨다. 이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