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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09 Dec, 2025
월요일 아침 회의는 왜 그렇게 길까
월요일 아침 회의는 왜 그렇게 길까 9시 30분, 시작 월요일이다. 알람이 울렸다. 주말 동안 밀린 드라마 3편 봤다. 잠은 4시간. 출근길 지하철에서 슬랙 확인했다. 금요일 오후에 올라온 메시지 37개. 다 읽지 않았다. 회사 도착. 9시 20분. 커피 뽑고 자리 앉았다. 모니터 켰다. "9시 30분 주간회의"라는 캘린더 알림이 떴다. 아직 10분 남았다. 코드 좀 보려고 했다. "회의 시작할게요~" 9시 28분이다. 아직 2분 남았는데.10시, 아직 진행 중 회의실이다. 8명 앉았다. 팀장이 화면 공유했다. 지난주 이슈 리스트. "하나씩 짚고 넘어가죠." 첫 번째 이슈. DB 인덱스 문제. 내가 금요일에 해결했다. 이미 머지했다. "아 그거요, 금요일에 끝났어요." "아~ 그렇구나. 그럼 다음." 두 번째 이슈. API 응답 속도 개선. 프론트 개발자가 말한다. "이거 백엔드에서 처리해주시면..." 내 일이다. 또. 세 번째 이슈. 기획 변경 건. "사실 이건 아직 확정은 아닌데요..." 그럼 왜 회의 안건에 올렸나. 10시 15분. 아직 안건 절반도 못 갔다. 노트북 열었다. 코드 보는 척했다. 실제로는 어제 본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 검색 중.10시 45분, 주간 계획 "자, 그럼 이번 주 각자 할 일 공유해볼까요?" 프론트 개발자부터. 3분. 디자이너. 5분. 새 컴포넌트 시스템 설명을 왜 여기서. PM. 10분. 로드맵 설명인데 내용은 지난주랑 똑같다. 내 차례. "저는 API 리팩토링이랑 성능 개선 작업 하겠습니다." 30초 만에 끝냈다. 팀장이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래요?" 구체적으로. 뭘 더. "음... 쿼리 최적화하고, 캐시 레이어 추가하고, 불필요한 API 호출 줄이는 작업이요." "소요 시간은요?" "3일?" "2일 안에 가능할까요?" 가능하면 처음부터 2일이라고 했다. "...해보겠습니다."11시 20분, 드디어 "마지막으로 공지사항 있으신 분?" 침묵. 5초. 누가 말 꺼낸다. "아 참, 다음 주 목요일 워크샵..." 11시 30분. 회의 끝났다. 2시간. 월요일 오전이 사라졌다. 자리로 돌아왔다. 슬랙 미확인 메시지 15개. 회의 중에 쌓인 거다. 메일도 8통. 점심시간까지 1시간 반. 이제 일 시작이다. 월요일 오전은 없다. 왜 길까 생각해봤다. 왜 월요일 회의는 긴가. 첫째, 주말이 있었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3일. 그 사이 모두의 맥락이 리셋됐다. 다시 싱크 맞추려면 시간이 걸린다. 둘째, 안건이 많다. 주말 동안 쌓인 것들. 금요일에 못 끝낸 것들. 월요일에 새로 생긴 것들. 전부 회의로 간다. 셋째, 사람이 많다. 8명이 앉았다. 8명이 각자 5분씩만 말해도 40분. 거기에 질의응답, 논쟁, 잡담. 2시간은 기본이다. 넷째, 명확한 결론이 없다. "일단 검토해보고..."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결론 없는 회의는 길다.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 월요일 오후 점심 먹었다. 김치찌개. 사장님이 물었다. "오늘 피곤해 보이네요?" "회의했어요." "아~ 월요일." 알아준다. 오후 2시. 본격적으로 일 시작. API 리팩토링 코드 열었다. 레거시 코드다. 작성자는 2년 전 퇴사. 주석은 없다. 변수명은 a, b, c. 한숨 나왔다. 3시. 슬랙 알림. "개발님, 아까 회의에서 말씀하신 건 언제쯤 가능할까요?" 아까가 언제. 2시간짜리 회의였는데.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API 응답 속도요." "3일 정도요." "2일 안에 부탁드려요." 회의 때 들었던 말이다. 또 들었다. 4시. 코드 리뷰 요청 3개 왔다. 후배들 PR이다. 봤다. 수정 필요한 부분 7군데. 코멘트 달았다. 30분 걸렸다. 5시. 내 작업 진행률 20%. 오전에 회의 안 했으면 60%는 갔다. 월요일이 아까웠다. 다음 월요일 다음 주도 똑같다. 다다음 주도. 월요일 9시 30분이면 회의다. 팀장한테 말했다. 한 번. "회의 시간 좀 줄일 수 없을까요?" "필요한 얘기들이잖아." "그럼 안건 미리 정리해서 공유하면..." "회의에서 직접 듣는 게 낫지." 포기했다. 대신 나만의 규칙 만들었다. 월요일 오전은 원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작업은 오후부터. 일정 잡을 때도 월요일 오전은 비운다. 이미 회의가 차지하니까. 월요일 아침 회의. 왜 그렇게 긴가. 답은 간단하다. 월요일이니까. 그래도 회의 끝나고 나면 좋은 점도 있다. 일주일 계획이 정리된다. 어쨌든.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팀원들 상황도 파악된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는 조용하다. 다들 회의로 지쳐서 조용히 일한다. 슬랙도 한산하다. 이때가 집중하기 좋다. 어제 선배한테 물었다. "월요일 회의, 언제까지 이럴까요?" "글쎄. 나 입사했을 때도 그랬으니까." 선배 경력 12년이다. 12년 동안 월요일 회의. 체념했다. 월요일은 원래 그런 거다. 주말과 평일 사이. 회의로 채워지는 시간. 다음 주 월요일도 9시 30분 회의다. 캘린더에 이미 잡혀있다. 반복 일정이니까.오늘도 월요일 회의 2시간. 다음 주도 똑같겠지.
- 01 Dec, 2025
아침 9시 출근이 지옥인 이유: 커피 3잔의 진실
아침 9시 출근이 지옥인 이유: 커피 3잔의 진실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나는 눈을 뜬다. 하지만 뇌는 아직 잠들어 있다. 7시 30분. 샤워를 한다. 따뜻한 물이 얼굴을 적신다. 아직도 아무것도 아니다. 8시. 출근길.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본다. 세상이 흐릿하다. 이건 창밖이 아니라 내 눈이 문제다. 8시 50분. 회사 건물 1층 카페. 여기서부터 내 하루가 시작된다. 아니, 내 카페인 의존성이 시작된다고 해야 맞다. 첫 번째 커피, 아메리카노(Small): 의식 깨우기첫 아메리카노는 의식을 깨우는 과정이다. 편의점에서 산 아메리카노 한 잔, 350ml. 마시면서 생각한다. '오늘도 버텨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깨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깨어나는 중이다. 이메일을 확인한다. 야간에 들어온 긴급 배포 관련 슬랙 메시지 5개. 아, 이미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 카페인이 혈액에 흡수되는 데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9시 정각 5분 전에 첫 잔을 마신다. 과학이다. 생존 전략이다. 9시. 자리에 앉는다. 첫 아메리카노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뇌가 작동한다. 메일을 읽을 수 있다. 슬랙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정상인 상태다. 두 번째 커피, 아메리카노(Large): 집중력 유지11시. 두 번째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Large 사이즈. 이 시간이 되면 후배들의 PR 리뷰 요청이 들어온다. 어제 올린 4개의 PR, 각각 300줄 이상의 코드를 읽고 의견을 남겨야 한다. 구조적 결함, 네이밍 컨벤션, 잠재적 버그... 이 모든 것을 찾아내려면 뇌가 풀 파워로 돌아야 한다. 두 번째 커피가 없으면 이건 불가능하다. 진짜다. 심지어 한두 번 해봤다. 첫 커피만으로 버티려다가 후배 코드에 "괜찮습니다" 같은 무책임한 리뷰를 달고 나중에 버그가 터져서 야근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11시 정각, 두 번째 커피. 오후의 집중력은 이 한 잔에 달려 있다. 세 번째 커피, 핫아메리카노: 일몰 신드롬 극복3시 30분. 여기서 오후 슬럼프가 온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개발자에게 죽음의 시간이다. 생체 리듬이 오후 커피 이후로 점진적으로 떨어진다. 의학적으로는 '포스트 런치 디프(post-lunch dip)'라고 부른다. 이 시간대에 버그가 터진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집중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번째 커피가 필요하다. 이번엔 핫아메리카노다. 따뜻한 한 잔이 심리적 위안을 준다. 맛도 좀 더 부드럽고, 마시는 시간도 더 오래 걸려서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기획팀에서 '이거 간단하지 않을까요? 오늘 안에 가능할 것 같은데' 같은 메시지가 들어오는 시간도 대략 이 무렵이다. 핫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깊은 숨을 쉬고, 정중한 톤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커피가 없었다면 아마 폭발했을 것이다. 커피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나는 이 회사에 7년을 있으면서 배운 게 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메리카노는 내 생산성 매니저다. 회사는 나를 그 역할로 본다(사실 직책도 없이). 커피는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연료다. 후배들 PR 리뷰, 레거시 코드 분석, 기획팀과의 일정 협상... 이 모든 것이 커피에 의존한다. 문제는 이게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5년 전엔 첫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했다. 지금은 3잔이 필수다. 내년엔 4잔이 필요할까? 커피 중독이라고 부르면 너무 거창한가? 아니다. 이건 직업병이다. 가끔 주말에 휴무로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커피 생각이 안 난다. 넷플릭스 보고, 치킨 시켜먹고, 폰 보다가 잔다. 그때는 커피가 필요 없다. 왜냐하면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34세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이 오면 다시 돌아간다. 알람, 샤워, 출근길. 그리고 편의점. 첫 번째 아메리카노. 이것이 내 일상이다. 9시 정각을 맞추기 위해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한다. 생존을 위해서.결국 개발자의 하루는 커피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