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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 23 Dec, 2025
개발자로 34세, 앞으로 뭘 해야 할까
34세, 7년차 어제 생일이었다. 34세. 케이크는 아내가 사 왔다. 초는 안 꽂았다. "축하해" 한마디 듣고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 출근해서 PR 세 개 리뷰했다. 후배가 쓴 코드다. 변수명이 이상하다. "이거 userId로 바꾸는 게 어때요?" 댓글 달고 approve 눌렀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7년차인데 아직도 이런 일을 한다.같은 해 입사한 동기 대학 동기 단톡방이 있다. 요즘은 조용하다. 다들 바쁘다. 얼마 전에 한 명이 썼다. "팀장 됐어요 ㅎㅎ" 축하 이모지가 쏟아졌다. 나도 눌렀다. 엄지 척. 그리고 폰을 내려놨다. 그 친구는 3년차 때 이미 달랐다. 개발보다 기획자랑 얘기하는 게 많았다.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냥 코드가 좋았다. 지금 그 친구는 팀장이다. 연봉은 모르겠다. 물어볼 수도 없다. 나는 여전히 코드 친다. 이력서의 기술스택 요즘 가끔 이력서를 본다. 이직할 건 아니다. 그냥 본다. [기술스택]Java, Spring Boot MySQL, Redis AWS EC2, RDS Git, Jenkins7년 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버전만 올라갔다. Spring 3.x에서 5.x로. Redis는 그때도 썼다. 새로운 거라곤 Docker 정도. 그것도 배포 스크립트 복붙한 수준이다. 옆 팀 후배는 요즘 Rust 공부한다고 했다. 주말마다 사이드 프로젝트 한다고. "형도 해보세요, 재밌어요" 재밌겠다. 근데 피곤하다. 주말엔 쉬고 싶다.아키텍트라는 단어 회사에 아키텍트가 한 명 있다. 40대 중반. 15년차. 회의 때 화이트보드에 그림 그린다. "이 부분을 MSA로 분리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끄덕인다. 근데 실제로 코드 짜는 건 나다. 아키텍트는 코드를 안 짠다. 가끔 PR에 댓글 단다. "이 부분 성능 체크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성능 체크하는 건 나다. JMeter 돌리고, 로그 보고, 튜닝한다. 그러면 아키텍트가 임원한테 보고한다. "성능 30% 개선했습니다"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하나. 그림 그리고 방향 제시하고. 코드는 후배들한테 맡기고.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 관리자의 하루 우리 팀 리드가 있다. 나보다 2년 선배. 9년차. 직함은 수석 개발자인데 실제론 팀장이다. 그 사람 하루를 봤다. 아침 9시 출근. 바로 회의. 10시 회의. 11시 회의. 점심 먹고 2시 회의. 회의 끝나면 슬랙 답장. 기획자 질문, 디자이너 질문, 임원 질문. 5시쯤 되면 후배들 진행상황 체크. "이거 일정 괜찮아요?" 코드는 안 짠다. 가끔 PR 보는 게 전부다. 진짜 급한 버그 아니면 직접 안 건드린다. 퇴근은 나보다 늦다. 보고서 쓴다. 다음 분기 계획 짠다. 연봉은 나보다 천만원 많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나. 잘 모르겠다.금요일 저녁의 배포 금요일 오후 4시. 배포 준비한다. 체크리스트 확인.DB 마이그레이션: 완료 API 테스트: 통과 프론트 연동: 확인5시에 배포 시작. Jenkins 빌드 돌린다. 초록불. 성공. 서버 재시작. 헬스체크 확인. 200 OK. 모니터링 본다. 에러율 0%. 응답속도 정상. 6시.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슬랙 메시지 보낸다. 노트북 덮는다. 이 순간이 좋다. 내가 짠 코드가 돌아간다. 사용자 천 명이 쓴다. 버그 없이 잘 돌아가면 뿌듯하다. 이게 내가 개발자 한 이유다. 근데 34세에도 이러고 있어야 하나. 이력서에 쓸 게 없다 가끔 링크드인 본다. 업데이트는 안 한다. 그냥 본다. 다른 사람들 프로필 구경한다. 똑같은 7년차인데 다르다. "DevOps 파이프라인 구축 리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전환 주도" "주니어 개발자 3명 멘토링" 나는 뭐라고 쓸까. "레거시 코드 유지보수" "후배 PR 리뷰" "버그 수정" 이게 나쁜 건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회사는 잘 돌아간다. 근데 이력서에 쓰기엔 초라하다. 다음 이직 때 면접관이 물어본다. "7년간 뭐 하셨어요?" "음... 코드 짰습니다" "구체적으로는요?" "여러 가지요..." 대답이 안 나올 것 같다. 금요일 점심의 대화 점심 먹으러 갔다. 김치찌개집. 단골이다. 후배 둘이랑 같이 갔다. 한 명이 물었다. "형은 앞으로 뭐 하실 거예요?" "응? 뭘?" "커리어요. 아키텍트? 관리자?" 대답 못 했다. "아직 모르겠어" "이제 7년차시잖아요" 맞다. 7년차다. 시니어라고 불린다. 근데 아직도 모르겠다. 다른 후배가 말했다. "저는 형처럼 되고 싶어요" "왜?" "코드 잘 짜시잖아요. 부럽습니다" 그 말이 기분 좋으면서도 찝찝했다. 후배는 3년차다. 나도 3년차 때 그렇게 말했다. "저는 시니어처럼 코드 잘 치고 싶어요" 그런데 나는 7년차에도 여전히 코딩이 주 업무다. 집에 가는 지하철 퇴근길 지하철. 폰으로 기술 블로그 본다. 제목들이 비슷하다. "30대 개발자의 커리어 고민" "테크 리드가 되기까지" "관리자 vs 개발자, 나는 어느 쪽?" 다들 고민이 같다. 댓글도 비슷하다. "저도 7년차인데 고민입니다" "결국 관리자 됐는데 코딩이 그립네요" "아키텍트 됐지만 답은 없더라구요" 답이 없다는 말이 많다. 그러면서도 다들 뭔가 선택한다. 나는 아직 선택을 안 했다. 아니, 선택을 미루고 있다. 일단 오늘은 집에 가서 쉰다. 이번 주도 끝났다. 주말의 사이드 프로젝트 토요일 오후. 노트북을 켰다. 3개월 전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다. 개인 일정 관리 앱. 간단한 거다. React + Spring Boot. README 파일만 있다. 코드는 한 줄도 없다. "일단 DB 스키마부터..." 생각만 한다. 손이 안 간다. 커피 마신다. 유튜브 켠다. "개발자 브이로그" 영상 본다. 30분 지났다. 노트북 덮는다. "다음 주말에 해야지" 벌써 세 번째다. 다음 주말에도 안 할 것 같다. 예전엔 이런 거 재밌었는데. 새 기술 배우고, 뭐라도 만들고. 지금은 그냥 피곤하다. 열정이 식은 건가. 아니면 나이가 든 건가. 아내의 질문 저녁 먹으면서 아내가 물었다. "요즘 고민 있어?" "응?" "요즘 좀 우울해 보여" 대답 안 했다. 그냥 밥 먹었다. "회사 일 힘들어?" "아니, 괜찮아" "그럼 뭔데" 말했다. "나 이대로 괜찮은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설명했다. 7년차인데 코딩만 한다. 동기들은 팀장 되고 아키텍트 된다. 나는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내가 말했다. "너 코딩 좋아하잖아" "응..." "그럼 계속 하면 되지" 간단한 말이었다. 근데 뭔가 찝찝했다. "그래도 발전이 없잖아" "발전은 무슨. 7년 전보다 훨씬 잘하잖아" "근데 이력서엔..." 말을 멈췄다. 이력서가 뭐가 중요한가. 나는 왜 이력서 걱정을 하는가. 이직할 것도 아닌데. 월요일 아침 회의 월요일 오전 10시. 팀 회의다. 팀장이 말한다. "이번 분기 목표입니다" 슬라이드를 넘긴다. "신규 기능 3개 런칭" "레거시 마이그레이션 완료" "성능 20% 개선" 다들 고개 끄덕인다. 나도 끄덕인다. "개발님이 마이그레이션 리드 맡아주세요" 팀장이 나를 본다. "네" 회의 끝났다. 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Jira 티켓 30개가 보인다. 다 나한테 할당된 거다. 레거시 마이그레이션. 버그 수정. 신규 API. 한숨 나왔다. 커피 마셨다. 그리고 IDE를 켰다. 코드를 봤다. public class UserService { // 이 코드는 5년 됐다 // 내가 짠 건 아니다 // 근데 내가 고친다 }마우스를 움직였다. 리팩토링 시작했다. 이게 내 일이다. 아키텍트도 아니고. 관리자도 아니고. 그냥 코드 짜는 사람. 점심시간의 깨달음 김치찌개집에서 혼자 밥 먹었다. 후배들은 회의 중이다. 사장님이 물었다. "오늘 혼자?" "네" "김치찌개 드시죠?" "네" 7년 왔다. 메뉴는 항상 김치찌개다. 사장님은 내 이름 안다. 밥 먹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고민하는가. 7년차면 시니어다. 시니어는 뭘 해야 하는가. 아키텍트? 관리자? 그게 정답인가. 옆 테이블 사람들 대화가 들렸다. "우리 팀 시니어는 진짜..." "응?" "코드 하나하나 다 봐줘. 꼼꼼해" 부러웠다. 그 팀 시니어. 코드 하나하나 봐주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아키텍트 아니어도. 관리자 아니어도. 그냥 코드 잘 짜는 시니어. 후배들한테 도움 되는 사람.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오후 3시의 PR 리뷰 슬랙 알림이 떴다. "PR 올렸습니다. 리뷰 부탁드려요" 후배가 올린 코드다. API 하나 추가했다. 코드 봤다. 200줄 정도. 로직은 괜찮다. 근데 몇 개 보였다. 변수명이 애매하다. 예외 처리가 없다. 테스트 케이스가 부족하다. 댓글 달았다. "userId 대신 id는 어떨까요?" "NullPointerException 처리 필요할 것 같아요" "edge case 테스트 추가 부탁드립니다" 10분 뒤 답장 왔다. "오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다시 봐주세요" 다시 봤다. 깔끔해졌다. approve 눌렀다. "고생하셨습니다" "형 덕분에 배웠습니다" 기분이 좋았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다. 아키텍트는 큰 그림 그린다. 관리자는 일정 관리한다. 나는 코드 리뷰 잘한다. 이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퇴근길의 결론 6시 퇴근. 지하철 탔다. 오늘 하루 생각해봤다. 아침엔 고민했다. 점심엔 생각했다. 오후엔 일했다. 그리고 알았다. 답은 하나가 아니다. 아키텍트가 되는 게 정답인 사람도 있다. 관리자가 되는 게 맞는 사람도 있다. 계속 코딩하는 게 좋은 사람도 있다. 나는 아직 모른다. 34세에도 모른다. 7년차에도 모른다. 근데 괜찮다. 지금 당장 정할 필요 없다. 내년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관리자 해보고 싶어질 수도. 아키텍트 공부하고 싶어질 수도. 아니면 10년차까지 코딩할 수도. 중요한 건 지금이다. 지금 내가 잘하는 거.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거. 코드 잘 짜기. 후배 잘 가르치기. 레거시 잘 고치기. 이게 나다. 34세 7년차 개발자. 집에 와서 집 도착했다. 현관문 열었다. 아내가 물었다. "오늘은 어때?" "괜찮았어" "고민 좀 풀렸어?" 고개 끄덕였다. "응. 좀" 노트북 꺼냈다. 주말의 사이드 프로젝트. README만 있는 그 프로젝트. 열었다. DB 스키마 작성했다. 간단한 거다. 테이블 세 개. 한 시간 작업했다. 첫 커밋 했다. "Initial database schema" 많이 한 건 아니다. 근데 시작했다. 커피 마셨다. 오늘 다섯 번째다. 아내가 말했다. "뭐해?" "코딩" "또?" 웃었다. "응. 좋아서" 그게 답인 것 같다. 아직도 좋아서 한다. 7년 했는데도. 34세인데도.34세. 7년차. 아직도 코딩한다. 그리고 그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