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데드라인 일주일 앞두고 하는 생각들

프로젝트 데드라인 일주일 앞두고 하는 생각들

프로젝트 데드라인 일주일 앞두고 하는 생각들

D-7

월요일 아침. 슬랙 알림이 울렸다.

“다들 일정 괜찮으시죠? 다음 주 금요일 배포 확정입니다~”

괜찮을 리가 없다. 하지만 “네~“라고 답했다. 다들 그렇게 답했다.

지라 보드를 켰다. ‘To Do’ 컬럼에 티켓 12개. ‘In Progress’ 4개. ‘Done’은 딱 3개. 계산기 두드릴 필요도 없다. 안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유롭다. 일주일이나 남았으니까. 7일이면 168시간이다. 자고 먹는 시간 빼도 70시간은 된다. 될 것 같다. 아니, 되게 할 수 있다.

점심은 김치찌개였다. 사장님이 “요즘 야근 많아요?”라고 물었다. “곧 많아질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오후 3시. 후배가 물었다. “형, 이거 API 응답 구조 이렇게 해도 돼요?”

코드를 봤다. 안 된다. 다시 설명했다. 30분 갔다.

오후 5시. 기획자가 슬랙 DM을 보냈다. “개발님, 이 기능 UX 좀 바꾸면 안 될까요? 간단한 건데…”

간단할 리가 없다. 하지만 일단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저녁 먹고 생각하자.

퇴근길. 편의점에서 레드불 2캔을 샀다. 아직 마실 건 아니다. 그냥 보험이다.

D-5

수요일. 이제 좀 현실이 보인다.

어제 ‘Done’ 티켓 2개 추가했다. 총 5개. 남은 건 14개. 어? 늘었네. 기획자가 어제 “작은 기능” 3개를 추가했다. 작을 리가 없다.

오전 회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물었다. “일정 괜찮으신가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끄덕였다. 거짓말이다.

점심 먹으면서 후배한테 말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네 거 다 끝내야 돼. 다음 주는 통합 테스트하고 버그 잡는 주간이야.”

후배가 물었다. “형, 솔직히 가능해요?”

“글쎄.”

오후 2시. 코드 리뷰 요청 5건. 다 봐야 한다. 내 일은? 저녁에.

오후 6시. 팀원 다섯 명 중 아무도 퇴근 안 했다.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안다. 이번 주는 그런 주다.

저녁 8시. 치킨 시켜먹었다. 회사 카드로. PM이 쏜다고 했다. 고마운데, 차라리 일정을 현실적으로 잡아줬으면.

밤 11시. 집에 가는 버스 안. 아내한테 카톡 보냈다. “나 이번 주 좀 늦을 것 같아.”

“알았어. 밥은 챙겨먹고.”

고맙다. 근데 미안하다.

D-3

금요일 밤 10시. 사무실에 우리 팀만 남았다.

‘Done’ 티켓 9개. 남은 거 10개. 이론상으론 절반. 실제론 70%는 남았다. 어려운 것들만 남았으니까.

옆자리 후배가 한숨 쉰다. “형, 이거 안 되는 거 같은데요.”

코드 봤다. 안 된다.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일단 퇴근해. 주말에 내가 볼게.”

“형이요?”

“응. 어차피 잠도 안 올 거 같아.”

거짓말 아니다. 데드라인 앞두면 항상 그렇다. 자려고 누워도 머릿속에서 코드가 돈다. ‘NullPointerException’이 꿈에 나온다.

밤 12시. 편의점 갔다. 레드불 하나 땄다. 삼각김밥 2개. 바나나우유.

계산대 알바생이 물었다. “야근이세요?”

“네.”

“힘내세요.”

고맙다. 근데 안 힘내도 해야 한다.

새벽 2시. 커밋 푸시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다시.

택시 탔다. 기사님이 물었다. “회사원이세요?”

“개발자요.”

“아, 요즘 그거 힘들다며요.”

맞다. 힘들다.

D-1

목요일 저녁 7시. 내일이 배포일이다.

‘Done’ 티켓 17개. 남은 거 2개. 보기엔 거의 다 한 것 같다. 실제론 지옥의 문 앞이다.

QA팀에서 버그 리포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8건. “치명적” 등급 3개. 해야 한다.

오후 8시. 긴급 회의. PM, 개발팀, QA팀 전원 참석.

“최악의 경우 배포 연기할 수도…”

누가 말했다. 다들 침묵했다. 연기하면? 이 지옥이 일주일 더 연장된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 일정도 밀린다. 그건 더 지옥이다.

“일단 해봅시다.”

내가 말했다. 다들 고개 끄덕였다.

밤 11시. 아내한테 전화했다. “나 오늘 집 못 갈 것 같아.”

”…응. 조심해.”

끊고 나서 죄책감. 하지만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없다.

새벽 4시. 버그 3개 고쳤다. 5개 남았다. 눈이 감긴다. 커피 한 잔 더.

새벽 6시. 동료가 말했다. “형, 일단 좀 자요. 9시에 다시 시작하죠.”

“그래야겠다.”

회의실 소파에 누웠다. 알람 8시 30분. 30분 뒤엔 샤워하러 헬스장 갈 거다. 회사 옆 24시간 헬스장. 이럴 때 쓰라고 끊어놨다.

잠들기 전에 생각했다. ‘이번에 끝나면 이직 준비 시작하자.’

근데 매번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까먹는다. 다음 프로젝트 시작하면.

D-Day

금요일. 배포일.

아침 9시. 샤워하고 왔다. 편의점 김밥으로 아침. 모두 제자리에 앉았다.

“시작하죠.”

최종 점검. 코드 리뷰. 테스트. 다시 테스트. QA 확인. PM 확인. 그리고 기다림.

오후 2시. 배포 시작. 손이 떨린다. 항상 그렇다. 몇 년째 해도 긴장된다.

30분 후. “배포 완료되었습니다.”

모니터링. 에러 로그 체크. API 응답 속도. DB 쿼리. 메모리 사용량. 모든 게 정상.

오후 3시. PM이 말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박수 소리. 피곤한 웃음들. 안도감. 그리고 허무함.

“오늘 저녁 회식할까요?”

“저 그냥 집 가서 자고 싶은데요.”

“그럼 내일 점심 제가 쏠게요.”

“그게 낫겠네요.”

오후 5시. 퇴근했다. 정시 퇴근. 일주일 만이다.

버스 안. 창밖을 봤다. 사람들이 웃으며 걷는다. 저녁 약속이라도 있나보다. 부럽다.

집 도착. 문 열었다. 아내가 웃으며 맞이했다. “고생했어.”

소파에 앉았다. TV 켰다. 넷플릭스. 아무거나 틀었다. 5분 만에 잠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늦잠 잤다. 12시에 일어났다.

휴대폰 봤다. 슬랙 알림 37개. 겁났다. 뭐가 터졌나.

천천히 확인했다. 다행히 버그 아니다. 다음 프로젝트 얘기다.

“다음 주 월요일 킥오프 미팅 있습니다~”

한숨 나왔다. 또 시작이다.

아내가 물었다. “뭐해? 밥 먹어야지.”

“응.”

점심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번엔 진짜 이직 준비 해볼까. 근데 귀찮다. 이력서 쓰는 것도 일이다. 면접 준비도 일이다. 그냥 여기서 버티는 게 편하다.

오후. 소파에 누워서 유튜브 봤다. “개발자 이직 브이로그” 영상. 신기하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 에너지가 있을까.

저녁. 치킨 시켰다. 아내랑 둘이 먹었다. 맥주 한 캔. 피곤해서 맛도 모르겠다.

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이번 프로젝트도 이럴까?’

알고 있다. 이럴 거다. 항상 그랬으니까.

계획은 항상 좋다. 처음엔 여유롭다. 중간에 뭔가 추가된다. 막판에 죽어난다. 배포하고 안도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7년째 이 일 하는데, 아직도 적응 안 된다. 적응하면 안 되는 건가. 적응했다는 건 포기했다는 거니까.

눈 감았다. 내일 또 생각하자. 아니, 모레. 일요일은 쉬어야지.

근데 월요일 킥오프 미팅 자료 준비는 해야 하나. 일요일 저녁에 할까.

또 그렇게 된다.

항상 그렇다.


다음 주 월요일, 또 ‘될 것 같은’ 착각으로 시작할 거다. 그게 개발자다.